[극한기후 제주] ③ 비 많은 곳이지만 가뭄도 종종…지진 안전지대도 아냐

작성일
2025-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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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기후 제주] ③ 비 많은 곳이지만 가뭄도 종종…지진 안전지대도 아냐
2013년·2017년 '가물었던 해'…농작물 피해 속출, 제한급수·기우제까지
2000년대 제주 육상·해역 지진 134건…2021년 12월 규모 4.9 지진에 섬 전체 '흔들'

[※ 편집자 주 = '극한기후'가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최악 폭염', '괴물 폭우' 같은 표현도 낯설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남쪽 끝 제주도는 '따뜻한 남쪽 나라'로 여겨지지만 한반도로 향하는 태풍을 가장 먼저 맞이하며, 나날이 심각해지는 폭염·폭우·폭설 등 극한기후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이 있고 관광산업과 농·수산업 의존도가 높아 위험 기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제주가 겪어온 기상 재해를 되짚어 보고 방재 대책을 살펴보는 기사를 5회에 걸쳐 송고합니다.]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제주도는 연 강수량이 많아 우리나라 대표 '다우지'로 꼽힌다.
하지만 매년 비가 많이 오는 건 아니다. 땅이 쩍쩍 갈라질 정도로 가뭄이 심하게 든 해도 종종 있다.
또한 지난 2021년 12월에는 생각지도 못한 규모 4.9의 강한 지진이 발생해 제주 또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각심이 커지기도 했다.

◇ 가뭄으로 바짝 말랐던 2013년·2017년…농작물 피해·제한급수도
제주도(제주·서귀포·성산·고산 지점의 평균값)의 연 강수량을 보면 1973년 이래로 제주도 강수량이 가장 많았던 해는 1985년으로, 2천832.5㎜에 달했다. 지점별로는 서귀포(남부)에 3천244.3㎜, 성산(동부)에 3천193.9㎜ 등 3천㎜가 넘는 비가 내린 지점도 있었다.
반면 2013년 1천1.7㎜, 1984년 1천12.2㎜ 등 제주도 연 강수량이 1천㎜에 그쳤던 해도 있다.

비교적 최근에 제주에 가뭄이 심하게 들었던 해로는 2013년과 2017년을 꼽을 수 있다.
2017년에는 제주도 연 강수량이 1천221.6㎜로 역대 5번째로 적었다. 특히 1923년부터 기상관측이 시작된 제주(제주기상청) 지점의 경우 2017년 연 강수량이 773.3㎜로, 역대 가장 적었다.
이 해에는 비가 많이 내려야 할 여름철 장맛비가 워낙 적게 내렸고, 태풍도 비껴가면서 폭염과 함께 제주 곳곳에서 가뭄이 나타났다.
제주시 애월읍·한림읍 산간 지역 20개 마을에서는 한 달 넘게 격일제 급수가 이뤄졌으며, 물 절약 캠페인도 진행됐다.
농작물 피해도 속출해 행정당국이 농업용 공공 관정과 급수탑을 전면 개방하고, 소방 차량과 공사용 물차를 가동해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등 농가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2013년에도 마른장마에 폭염까지 더해지면서 여름철 가뭄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한라산 와이계곡 물이 말라서 바짝 마른 바위가 모습을 드러냈고, 이 때문에 와이계곡의 물이 흘러드는 어승생 수원지는 하루 물 유입량이 평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계속된 가뭄으로 제주시 중산간 11개 마을에서는 격일제 급수가 시행됐다.
한라산 중턱 제주마방목지에 방목됐던 제주마도 가뭄과 폭염을 피해 대피했다. 풀이 시들거나 잘 자라지 않아 먹이가 모자랐기 때문이다.
비 소식이 하도 뜸하자 제주도의회 의원과 직원들은 제주시 산천단을 찾아 단비를 내려달라며 기우제를 지냈고, 제주칠머리당영등굿 보존회원들은 제주지역 가뭄 해소를 기원하는 굿을 펼치기도 했다.

농작물 피해도 속출해 농민단체들은 제주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달라고 호소했다. 제주도도 나서서 물 절약 동참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처럼 제주에서는 여름철 가뭄과 폭염으로 고생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올여름에도 장마가 역대 가장 이른 7월 26일께 종료한 뒤 폭염이 장기화하며 가뭄 우려가 커져서 행정당국과 농민들이 한동안 걱정하기도 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강수량 불균형과 폭염 등의 문제가 심화하면서 다우지 제주도 역시 가뭄 걱정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워졌다.

◇ 규모 4.9 강진에 제주도 흔들…"지진 안전지대 아냐"
2021년 12월 14일 오후, 퇴근 시간을 앞둔 무렵 제주도 전역에서 흔들림이 감지됐다.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쪽 41㎞ 해역에서 규모 4.9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이 지진은 1978년 기상청 지진 관측 이래 제주도 육상 또는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 중 가장 강력했다. 한반도 일대 지진 중에서는 역대 11번째 규모였다.
지역별 계기 진도는 제주 5, 전남 3, 경남·광주·전북 2였다. 진도 5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그릇, 창문 등이 깨지기도 하며 불안정한 물체는 넘어지는 정도다.
규모도 큰 데다가 제주도 육상과 가까운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많은 도민이 흔들림을 느껴 불안해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등에 지진을 느꼈다는 신고가 100여건 접수됐고, 공공기관과 학교 등에서는 대피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여진도 20회 발생했으며, 이 중 2021년 12월 17일 발생한 여진은 규모가 3.2였다.

이 지진과 관련해 벽면의 미세한 균열 등이 신고됐으나 위중한 피해 사례는 없었고, 주요 기반 시설 피해나 인명피해도 없었다.
지진 발생 후 천연기념물인 제주시 한경면 수월봉 화산쇄설층 해안 절벽 일부가 무너져 내리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2008년 5월 31일 오후 제주시 서쪽 78㎞ 해역에서 규모 4.2 지진이 발생해 소방당국 등에 지진 관련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
2005년 6월 15일 오전 제주시 고산 남쪽 26㎞ 해역에서 규모 3.9 지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2015년 8월 3일 오전 서귀포시 성산 남동쪽 22㎞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3.7 지진 때도 일부 도민이 진동을 감지했으나 별다른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제주도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제주 육상 또는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은 2000∼2009년 31건, 2010∼2019년 76건, 2020년∼2025년 27건 등 총 134건 있었다.
이 중 117건은 규모 2.0 이상 3.0 미만, 15건은 규모 3.0 이상 4.0 미만, 2건은 규모 4.0 이상이었다.
지진 관측이 이뤄지기 전 과거에도 제주에서 피해가 날 정도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기록들이 역사서에 남아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현종 때인 1670년 11월 15일 '제주에 지진이 있었다. 천둥 치는 듯한 소리가 나고 많은 민가의 담벽이 무너지거나 기울었다'는 내용이 실려있다.
최근에는 지진으로 인한 큰 피해는 없었지만 규모 4.9 지진 등을 겪으며 제주도 또한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각심이 커지고 있고, 내진 보강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기준 제주도 내 내진 설계 대상 건축물 7만7천534동 중 내진 성능을 확보한 곳은 2만3천636동으로, 내진율은 30.5%에 그친다.
도는 민간 소유 건축물을 대상으로 내진성능평가와 인증 심사에 드는 비용의 90%(최대 2천700만원)를 지원하는 '지진 안전 시설물 인증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공공시설물에 대해서는 2030년까지 내진율 100% 확보를 목표로 내진 보강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시설물 내진율의 경우 2020년 61.6%에서 2021년 63.4%, 2022년 70.1%, 2023년 75.2%, 2024년 80.1%까지 올랐다.

atoz@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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