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당국, 대구 산불 최초발화지 특정…"방화 여부 조사해야"(종합)
등산로서 400m 떨어져 외진 곳…"어떤 목적 있어야만 갈 수 있어"
발화 현장 이미 훼손돼 물적 증거 나올지 미지수…북구청, 경찰에 수사 의뢰
(대구=연합뉴스) 김현태 최수호 기자 = 국립산림과학원과 경찰 등이 대구 북구 노곡동 함지산 산불 현장 합동 감식을 벌여 최초 발화지를 특정했다.
또 최초 발화지 특성을 고려할 때 이번 산불이 방화나 실화 등에 따른 것일 수 있다고 언급하며 "수사기관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림과학원과 경찰, 대구시 등 소속 인원 11명이 참석한 이번 합동 감식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노곡동 함지산 묘터 인근에서 2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이들 기관은 감식을 통해 나무나 바위 등에 남은 산불 흔적을 역추적해 묘터 인근 외진 장소를 최초 발화지로 특정했다.
해당 장소는 등산로를 벗어나는 소로길을 따라 300∼400m 정도 들어가야 도착할 수 있는 지점으로 평소 일반인 진출입이 힘든 곳으로 나타났다.
앞서 산림과학원 등은 전날 노곡·조야동 일대에서 기초 조사를 벌인 뒤 이곳을 포함해 묘터 주변 제단과 함지산 다른 곳에 있는 굿당 등 3곳을 최초 발화지 후보로 압축한 바 있다.
당국은 특히 최초 발화지로 확정한 장소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번 함지산 산불이 방화나 실화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산림과학원 측은 "발화지로 특정한 곳은 평소 사람이 잘 다니지 않고 어떤 목적이 있어야만 갈 수 있는 장소며 주변에 쓰레기 흔적도 많다"며 "이번 산불이 방화나 실화 등에 따른 것인지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할 경우 향후 추가 합동 감식을 실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합동 감식으로 최초 발화지점이 특정됐더라도 강한 불길이나 진화작업으로 현장은 이미 상당 부분 훼손된 까닭에 향후 발화 원인을 규명할 물적 증거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이번 산불이 발생한 일대를 비추는 폐쇄회로(CC)TV도 부족해 방화·실화 여부 등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구 북구청은 이번 합동 감식과 별도로 전날 오후 경찰에 함지산 산불 원인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는 공문을 보냈다.
앞서 지난 28일 오후 2시 1분께 발생한 함지산 불은 산불영향 구역 260㏊를 태우고 23시간 만인 29일 오후 1시에 진화됐다.
이후 6시간여 만인 29일 오후 7시 31분께 함지산 내 백련사 방면 7부 능선에서 산불이 부분 재발화해 당국은 진화 헬기와 인력 등을 동원해 불을 끄고 있다.
산불이 재발화한 곳은 산불영향 구역 내 5개 지점으로 이 가운데 불이 꺼진 3곳을 제외한 나머지 2곳에서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당국은 "재발화한 산불이 번지는 상황은 아니며 이른 시간 안에 진화 작업을 완료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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