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한 내용·형식적 재난문자 폭탄…시민들 피로감 호소
광주·전남 이틀간 400건 넘어…중복 내용에 정보효과 반감·면책 지적도
(광주=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광주·전남에서 이틀간 400건이 넘는 재난 문자가 발송되면서 중복·과잉 발송에 대한 시민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19일 안전디딤돌 애플리케이션에 따르면 광주·전남에 극한 호우가 시작된 지난 17일부터 전날 오후 6시까지 발송된 안전 문자는 광주 120건, 전남 290건으로 총 410건에 달했다.
이 중에는 특정 구간의 교통 통제나 주민 대피소 안내 등 필수적인 정보도 있었지만 '외출 자제', '위험지역 출입금지', '기상정보 확인' 등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반복해서 보내는 경우도 많았다.
지난 17일 광주시와 자치구 4곳은 "많은 비가 내리고 있으니 급경사지 등 위험지역의 출입을 삼가고 외출을 자제하라"는 문자를 시차를 두고 각각 발송했다.
전남 각 시·군도 "저지대 침수 주의", "기상정보를 수시로 확인하라"는 문자를 반복적으로 보내며 알림이 수십 차례 울리는 일이 이어졌다.
원론적인 안내가 여러 기관을 통해 중복으로 발송되면서 시민들은 오히려 경각심이 무뎌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광주에서 직장에 다니는 윤모(33) 씨는 "비가 막 쏟아지길래 처음에는 문자를 꼼꼼히 봤는데, 계속 알람이 울리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보지도 않게 되더라"고 말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철저한 재난 대비 태세를 주문한 이후 일선 지자체들이 책임 회피성 문자 발송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모(29) 씨는 "그동안 태풍이나 폭설 때도 이렇게까지 문자가 많이 오진 않았던 것 같은데 비슷한 내용의 문자를 여러 차례 받다 보니 형식적인 문자만 반복하는 것 같아 나중에 책임 회피용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광주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기록적인 폭우로 상황이 급변하면서 실시간 대응이 불가피했다"며 "중복 안내가 있었던 점은 이해를 구하며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조치였던 만큼 양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